욕나오는 기분의 선거일

2012년 4월 11일

난 투표를 안 했다.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을 해인데, 한국까지 왔는데 못한다는 게 억울하기도 했지만 회의감 같은 것도 들고 그냥 다 짜증나서 집에 쳐박혀 있었다. 심지어 투표소가 코앞이라-_- 들락날락거리는 사람들 보며 부럽기도 했다. 집에 식량이 떨어져 가고 있는 중이라 나가서 장보거나 뭐 사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선거일에 투표도 못하고 일하는 사람들한테 손님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오늘 같은 날이라도 매상 올려주는 게 좋은 걸까?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어쨌든 짱박혀 있었다. 집안에 있는데 네가 버리는 투표권을 위해 누구는 목숨을 걸었다는 둥 한 표 차로 승부가 갈린다는 둥 트윗들이 날 괴롭혔다. 왜날뷁. 이번 선거가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남들 다 보는 개표 방송도 무시하고 자고 일어나서 어떻게 되었나 확인이나 해보자고 생각 중이었다. 근데 트위터엔 계속 투표율, 득표율 나오고 그러니까 5년 전이 문득 떠올랐다. 그땐 ㅁㄴㅇㄹ 이라는 채팅방에서 죽치고 살았다. 뭔가 나는 되게 어그로 캐릭이었던 것 같지만 하여튼 난 그곳이 너무 즐거웠고 배우는 것도 많았다. 하여튼 그곳에서 대선 후보였던 금민과 사회당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었고 그걸 퍼뜨리고 싶어 나름 궁리도 해보고 지지자 명단에 내 주민번호 넣고 이름도 올렸었다. 내가 한국에 사는 사람인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개표를 기다렸고 진심으로 금민 아저씨가 대통령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상기되고 현재와 비교하니 정말 많은 것이 달라져 있다. 나는 홍세화, 안효상, 김순자, 김선아 이런 사람들이 누군지 모른다. 그리고 그때처럼 멋있게 나에게 진보신당과 저 사람들의 지지를 호소해 줄 사람도 없다. 이것들은 이제 없다고, 이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니 괜히 눈물이 난다. 그 땐 생각했다 ‘내가 한국에만 있었더라면…!’ 근데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난 사회당에 어설프게나마 가입해 놓고도 당이 없어질 때 눈물이 난다는 사람들 공감하지 못했다. 진보신당 지지를 호소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거나, 투표지에 사회당이 없는 허무함 이런 것도 공감하지 못했다. 근데 오늘 느낀 허무함과 짜증과 자책감과 슬픔, 전에는 소중했지만 지금은 상관없는 것을 새삼 깨닫는 것, 이런 게 그런 건가 싶다. 정말 기분 더러운 하루였다.

아 근데 그 때 나는 “개표 조작하면 어떡해요ㅠㅠ”하며 쓸데없는 걱정(?)을 했는데 다른 분이 “지금은 2007년이랍니다”인가 뭔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식으로 대답했던 것이 기억난다. 근데 지금 개표 상황은 이뭐병

쉬는 시간과 인권

2010년 5월 8일

사회당이 4월 17일에 “쉬는 시간 5분제 철회하고 본연의 임무를 다하라”라는 논평을 냈다.

쉬는 시간을 5분으로 줄인 초등학교가 서울에만 35개교라고 한다. 이중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이 제도를 도입한 학교가 해당 학교 전체의 77%나 된다. 과열 경쟁에 따른 학생인권 침해가 아닐 수 없다.

부랴부랴 서울시교육청이 해명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명자료를 통해 5분제가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한 사항’이고 ‘화장실 이용은 쉬는 시간뿐만 아니라 공부시간에도 필요시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더불어 ‘쉬는 시간을 축소한 이유는 식당 급식을 위한 시간 조절, 효율적인 생활지도 등을 위한 것’이라며 경쟁교육 분위기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과연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한 것일까? 그나마 존재하는 학교운영위도 안건이 사전에 공지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많다. 물리적으로 과연 5분이라는 시간이 ‘쉴 수 있는 시간’일까? 장애가 있거나 여러 어려움에 있는 어린이들 외에도 5분제 실시는 성장기 청소년을 고려하지 않은 어른들의 폭력이다. 블록수업의 사례처럼 쉬는 시간을 넉넉히 주는 것이 오히려 절실하다.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정상 쉬는 시간이라는 것은 10분을 의미’한다고 인정했다. 5분제를 실시하고 있는 초등학교들을 제대로 조사해서 과열 경쟁, 학생인권 침해의 소지가 없도록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한다. 더불어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쉬는 시간을 넉넉히 보장하고 학교 간 경쟁을 강요하는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초등학교 본연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

왜 쉬는 시간이 5분 10분이 인권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건지? 아마도 이 기사가 화제가 되어서 그런 것 같다. 기술적(…)으로 따져서,화장실 갔다 오는데 한 시간마다 5분씩 필요하다고 느끼는 초등학생이 얼마나 될까? 이건 지극히 내 의견이지만 (나는 꽤 객관적이라고 생각한다) 화장실 갔다 오기에 5분이면 충분하고 10분이면 아주 길다. 대학교 캠퍼스가 아닌 일반 초등학교라면 더더욱. 나도 학교 화장실이 제대로 작동하는 일이 하도 드무니까 그랬는데 위생 문제로도 학교에서 큰 일을 보는 일은 아예 피하는 학생들도 있다. 적어도 있었다. 성장기 청소년이 쉬는 시간에 해야할 일이 어른들하고 많이 다르기라도 한가? “장애가 있거나 여러 어려움이 있는 어린이들…” 아마 그런 어린이들에게는 쉬는 시간이 아니라 매일 등하교를 하는 일에서 수업을 듣는 일까지 한 순간 한 순간이 고역이지 않을까? 사실 모든 게 그렇다. 쉬는 시간은 그 전부에서 극히 일부분이다.

학교는 인권 침해 덩어리다. 왜냐면 학생들은 훈련돼야 할 동물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서로 마주보고 때리라는 명령을 듣고 처음엔 머뭇거리다가 나중엔 이유도 모른 채 서로에게 앙심을 품게 되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나에겐 교사의 권한이라며, 어기면 F 학점을 준다며 한 시간 동안 정말 아무 소리도 못 내고 자리에 앉아 앞만 쳐다보게 했던 선생님도 있었다. 억울한 일로,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몸에 매를 맞고 억울함을 묻어야 하는 일이 학교에서 허다하다. 학교 밖에서도 부모의 두려움을 통해, 채찍에 대한 두려움과 당근에 대한 갈망을 이용해 학교는 학생들을 조종해 숙제를 시키고 말 그대로 쓸데없는 정보를 암기 시킨다. 권력과 두려움의 얽히고설킨 이해 관계로 말 못할 일들이 학생들과 교사들 사이에 매일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당연하게 학생의 인권은 뒷전으로 밀리는 마당에 쉬는 시간이 5분으로 줄었다고 인권 침해라니? 있던 인권이 사라지기라도 했나? 5분만에 볼일을 처리하느라 쩔쩔 맬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고? 화장실을 가려면 허락이 필요한 체제에 가슴이 무너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학교에서 이런 (듣기에) 끔찍한 일들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인간들이 다니는 곳이니까. 인간은 슬픈 일을 만들기도 하지만 즐거운 일을 만들기도 한다. 쉬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쉬는 시간은 없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거듭 말하듯 급한 사람은 손 들고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 수업 시간이 없어서 쉬는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자기가 배우고 싶을 때 배우고 놀고 싶을 때 놀고 화장실 가고 싶을 때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처럼 몇 시간 수업하다 중간에 선생님이 애들 줄 세워서 화장실 보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선생님이 뿔나서 쉬는 시간 종 쳐도 학생들을 교실 안에 가둬둘 수도 있다. 아니면 진도도 나갈만큼 나갔고 나머지 시간은 쉬는 시간이다 하고 화장실 보내줄 수도 있다. 쉬는 시간은 인간이 조작할 수 있는 형식일 뿐이다. 이런 인권 침해의 향연에서, 만약 쉬는 시간 5분제가 정말 어른들의 일방적인 결정이었다면, 그것은 이런 지극히 형식적인 부분에서도 피지배자인 학생들에게 기분 좋게 여유를 주지 못하고 빼앗아야만 하는 어른들의 치사한 심리를 또다시 보여주는 일화일 뿐이다.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정책과 관계자가 ‘정상 쉬는 시간이라는 것은 10분을 의미’한다고 했다는 것은 ‘그러니까 5분 쉬는 시간은 정상이 아니고 간이(?) 쉬는 시간임’ 뭐 이런 말로 이해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것도 뭐 형식 얘기 아닐까…

아 그리고 댓글 쓰신 아르제크 님이 일러주셔서 말하는 건데 제가 마지막으로 한국 학교를 체험(?)한지가 꽤 됐기 때문에 제가 언급한 문제들 중 일부(체벌)은 많이 없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Hello world!

2010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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